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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태주 님의 시는 인터넷의 블로그나 인스타 등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만 모은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에서 꽃을 시어로 한 아름다운 시만 골라보았습니다.
시인은 이 시집의 머리말에서 " 말기의 행성인 이 지구에서 또다시 종이를 없애며 책을 내는 행위가 나무들한테 햇빛한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잠시 다 같이 의 안녕을 빕니다."라고 했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요, 이렇게 멋진 마음을 가진 나태주 님의 더 멋진 시 함께 읽어보시겠습니다.
서로가 꽃
우리는 서로가
꽃이고 기도다
나 없을 때 너
보고 싶었지?
생각많이 났지?
나 아플때 너
걱정됐지?
기도하고 싶었지?
그건 나도 그래
우리는 서로가
기도이고 꽃이다.
꽃들아 안녕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꽃 · 1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꽃 · 2
예쁘다는 말을
가볍게 삼켰다
안쓰럽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렵게 삼켰다
섭섭하다,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러고서 그는 스스로 꽃이 되기로 작정했다
꽃 · 3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나태주님이 시를 읽으면 항상 가슴이 먹먹합니다. 뭔가 모르게 미안함이 올라오고 감사함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따스해지는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랑과 메시지를 품고 있는 시를 통해 시인의 사랑이 꽃이 되어 그대로 저에게 전해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꽃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한 번 다짐해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꽃과 같은 존재임에 감사합니다.
개양귀비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요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목련꽃 낙화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연인이든 친구나 가족이든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엄청난 상처입니다. 이런 아픔을 더 극대화시키면서 담담히 받아들이는 봄날 목련 같은 마음, 그러나 떠나는 이도 역시 새하얀 목련이 떨어지는 슬픔을 느끼겠지요.
개인적으로 목련을 참 좋아합니다. 키 큰 나무에 잎 하나 없이 새하얀 큰 꽃을 등 그러니 피우는 그 모습이 너무 단순하게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가장 반가운 저 만의 손님, 목련을 이렇게 다시 슬픈 시의 소재로 접하게 되니 더욱 와닿는 듯합니다.
풀꽃 ·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 3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너무나도 잘 알려진 나태주 님의 대표 시 < 풀꽃 >. 2와 3도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존중 그리고 사랑, 자존감을 북돋워 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 풀꽃을 읽고 너무나도 놀라웠던 기억과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격한 감사함을 느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 봄에 어울리는 시 읽으러 가기 >
이해인, 나태주 시인 봄 시 : 봄에 읽기 좋은 시
봄바람이 불어오고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진달래, 그리고 벚꽃까지 봄 꽃들이 피기 시작하네요. 따스하고 싱그러운 봄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해인님과 나태주님의 봄 시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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