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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이 지나고 봄비가 내리고 나면 한 두번의 꽃샘 추위가 심술을 부리긴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기다리던 봄은 어느새 우리곁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아름다운 봄에 우리의 마음을 더 풍요롭고 두근거리게 만들어줄 봄의 시, 꽃의 시 즐겨 보세요. 김소월, 정호승, 이해인님의대표적인 봄시를 옮겨 보았습니다.
산유화
김소월 / 시인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수선화에게
정호승 / 시인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 수녀, 시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봄이다
강 원석 / 시인
화내지 마라
욕하지 마라
나쁜 마음 먹지 마라
꽃처럼 살아도
아까운 봄이다
봄날에
강 원석 / 시인
불어오는 봄바람을
어머니께 드렸더니
가녀린 흰머리가
은빛처럼 날리우네
다음엔 봄 햇살을
가득 품어 드려야지
주름진 그 얼굴에
꽃이라도 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