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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불어오고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진달래, 그리고 벚꽃까지 봄 꽃들이 피기 시작하네요. 따스하고 싱그러운 봄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해인님과 나태주님의 봄 시를 소개합니다. 

이 해인님의 봄 시

봄날 같은 사람 

힘들 때일수록 기다려지는 봄날같은 사람

 

햇살이 쬐이는 담 밑에서 싱그럽게 돋아나는 봄 나물 같은 사람

 

온통 노랑으로 뒤덮은 개나리 같이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사람

 

조용한 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처럼 꼬옥 또 보고 싶은 사람

 

어두운 달밤에도 기죽지 않고 꿋꿋이 자기를 보듬는 목련같은 사람.

 

봄소식들을 무수히 전해주는 봄 들녘처럼 넉넉함을 주는 그리운 사람

 

너무나 따스하기에 너무나 정겹기에 너무나 든든하기에 언제나 힘이 되는 사람

 

그 사람은 봄날 같은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이제는 봄 이구나

 

강에는 조용히 얼음이 풀리고

 

나무는 조금씩 새순을 틔우고

 

새들은 밝은 웃음으로 나를 불러내고

 

이제는 봄이구나

 

친구야 바람에 정답게 꽃 이름을 부르듯이

 

해마다 봄이면

 

제일 먼저 불러보는 너의 고운 이름

 

너를 만날 연둣빛 들판을 꿈꾸며

 

햇살 한 줌 떠서

 

그리움, 설레임,

 

기다림 향기로운 기쁨의 말을 적는데

 

꽃샘바람 달려와서

 

네게 부칠 편지를 먼저 읽고 가는구나 친구야

 

3월에​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나 태주님의 봄 시

 

3월에 오는 눈

 

눈이라도 삼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어린 뿌리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봄이 봄이니까

 

꽃이 피어나는 거다

 

까닭이 또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제가 풀이니까

 

새싹을 피우는 거다

 

다만 너는 어여쁜 생명

 

나도 아직은 살아 있는 목숨

 

둘이 마주 보면 더러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잎으로 자라기도 하는 것이다.

 

일으켜 세웠다

 

해마다 겨울 가고

 

봄이 오려면

 

나는 몸이 아프다

 

아픈 몸으로 꽃밭에 나가

 

꽃밭의 낙엽이며 겨울 동안

 

쌓인 찌꺼기들을 치우며

 

꽃들에게 속삭인다

 

이제 일어날 때야

 

그러면 꽃들이

 

천천히 싹을 내민다

 

올해도 그렇게 나는 꽃들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일으켜 세운 꽃들이 또

 

나를 일으켜 세웠음은 물론이다.

 

 

 

 

시인 알아보기

이해인 수녀님

 

가톨릭 베네딕도회 소속의 수녀이며, 1970년 시인으로 등단하여 많은 동시와 수필을 출간한  문인으로 유명합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유년 시절부터 유난히 독서와 글쓰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6.25 전쟁 당시 납북된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가장으로 가정을 이끌어나갔으며, 20대에 이미 세례를 받은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해인 수녀님의 큰언니가 먼저 수녀의 길로 입문했습니다.

 

큰 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셋째 이해인 수녀님은 이런 언니의 영향으로 고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수녀의 길을 택했으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적 소질이 뛰어나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지은 시를 다른 사람이 써 준 것으로 오해하는 선생님을 비롯하여 백일장에서 입선하는 등 눈에 띄는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수녀가 되기로 결심할 당시에도 수도자의 길과 시인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소망했으며, 결국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2005년에 발간된 가톨릭 성경 번역에도 참여하여 주로 시 부분의 번역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16권의 시집과 10권의 산문집 그리고 5권의 선집과 9권의 번역서라는 엄청난 양의 창작물을 완성했으며, 1981년 새싹문학상, 1985년 여성동아 대상, 1998년 부산영성 문학상과 더불어 2006년 천상병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대표작으로 '나를 위로하는 날'과 2연작의 '작은 노래'가 있으며, '작은 노래'의 시의 일부인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적확인란 문구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나태주 시인

시인이며 전직 초등학교 교사인 나태주 시인은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였으며, 1964년 경기도 연천군에 있던 군남국민학교 발령을 시작으로  여러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충청남도교육청교육연수원 장학사, 공주시 왕흥초등학교 교장, 공주시 상서초등학교 교장 등을 지냈습니다.

 

2007년 공주시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했으며, 교사 재직 중이던 1971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대숲 아래서'로 등단하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잘 알려진 '풀꽃'이 있으며, 교사직에서 퇴임한 후 공주시에 위치한 나태주풀꽃문학관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공주문화원 이사,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며,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공주문화원장을, 2020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제43대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2021년 9월부터 충청남도의회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하는 등 왕성한 사회, 문화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풀꽃'을 포함한 42권의 시집과 3권의 산문집을 편찬했으며, 1979년 흙의 문학상, 2007년 황조근정훈장, 2014년 정지용 문학상, 2019년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등 수차례의 수상 이력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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