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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 입니다. 3,4월에 아름다운 꽃 맘껏 누리셨죠? 꽃이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나면서 우리의 눈이 화려함에서 한톤 가라앉은 루르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싱그러운 계절인 '5월에 어울리는 시' 한편 읽어 보시겠습니까?
5월의 시-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5월의 시 - 이문희
토끼풀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속에 들어가
빛 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꽃 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오월의 시 - -김영랑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겨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되는 오월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당신을 향해 깨어있는 순백의 마음과
고난을 이겨 내려는 성실의 소망이
우리 가슴에 핏물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도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
5월의 시 - 전진옥
4월이 선사한 벚꽃이 지고
연둣빛 선연히 짙어가는
5월의 녹음성 싱그러워라
장미꽃 붉은 향기
넝쿨져 사랑을 이루고
보랏빛 등나무꽃 만발하니
4월이 밀어 올린
오월의 푸른 노래가
더없이 찬연하여라
밀고 이끌어주고
또 반겨주는 계절의 법칙
우리의 희망, 풍경이어라
5월 / 이해인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 꽃 안개꽃이
모두 흰빛으로 향기로운 5월,
푸른 숲의 뻐꾹새 소리가 시혼(詩魂)을
흔들어 깨우는 5월
나는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신록의 숲으로 들어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만나고 싶다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생명의 축제를
우선은 나 홀로 지낸 다음
사랑하는 이웃을 그 자리에 초대하고 싶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 하인리히 하이네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5월 / 나 태주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오월의 신록 / 천 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오월의 꽃 / 박노해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이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오신다
푸른 잎의 나무들과 함께 하루 하루 싱그러워지고 푸르러지는 나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이 계절에 꼭 읽고 싶은 시집이 있다면, 찾아보고 싶은 시인이 있다면 오늘은 시집 한 권 구매하여 읽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